시대 칼럼

[칼럼]정치적 승리는 무엇으로부터 가능할까?

사진=이재명 경기지사, 경기도청 홈페이지

 

김진욱/기술 및 운영자문

 

“투자 고용, 복지 새 틀을 짜지 않으면 5년 뒤 한국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갈 것이다.”

경제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예측입니다(참고1). 장 교수 뿐만이 아니라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경제>는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도 취업 벼랑이 닥쳐온다고 하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1년 뒤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고성장이 꺾인 IMF 이후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언론,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 늘 접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경제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각 주체의 시각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나아가 정치인이 정치적 승리를 위해서는 경제 회복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치적’ 대중

국민(대중)은 언제나 정치가 아니라 경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대중이 속물이어서가 아니라 ‘자신 생명력’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황이건 불황이건 끊임없이 ‘경제 회복’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중요한 건 이때의 ‘경제 회복’은 물질적 안정 자체 뿐만 아니라 적극적 분배를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 측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힘들어도 같이 힘들면 덜 힘들기 때문입니다. 자신만 힘들면 분노가 솟습니다. 따라서 국민이 분배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그런데 분배란 결국 정치의 문제입니다. 정책과 시스템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다. 따라서 대중은 이 점에서 본질에서 늘 정치적입니다.

요컨대 대중은 현상적으로 경제적이고 본질에서 ‘정치적’입니다. 이를 대중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뿐입니다. 국민(대중)은 언제나 정치가 아니라 경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대중이 속물이어서가 아니라 ‘자신 생명력’을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정치인

정치인은 국민과 반대입니다. 정치인은 경제가 아니라 늘 정치에, 다시 말하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들 역시 경제가 중요하다고 말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일반 대중처럼 자신의 생명력을 중심으로 사고합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생명력이란 다름 아닌 정치입니다. 따라서 정치 분야에서 생존 혹은 지위 상승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즉 그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정치영역은 정치자영업자라는 자신의 지위 유지이며 정치자영업의 유지란 결국 자신의 경제문제입니다. 이 점에서 그들은 본질에서 늘 경제적입니다.

요컨대 정치인은 현상적으로 정치적이지만 본질에서 경제적입니다. 정치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할 뿐입니다.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어떻게 승리하는가?

정치인은 어떻게 해야 정치적으로 승리할까요? 다시 말해 ‘대중을 얻는 정치’는 의제를 어떻게 던져야 할까요? 중요한 점은, 대중에게 의제를 제시할 때 핵심 문제는 이때 대중은 그냥 대중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경제적이고 본질에서 정치적인 대중’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대중을 얻기 위한 의제는 ‘현상적으로는 경제적이고 본질에서 정치적인 의제’여야 합니다. 그럴 때만 대중이 반응합니다.

예컨대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지지율을 봅시다. 왜 지지율이 떨어질까요. 무엇보다 자신들의 삶 즉 경제적 문제와 관련한 의제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경제 특히 공정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합니다. ‘죽을 지경인데 뭔 놈의 정치?’하는 생각 앞에서 어떤 정치적 의제도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와 반대, 즉 “현상적으로만 정치적인” 의제 – 현상적으로는 정치 문제이지만 본질에서는 정치인의 경제문제, 정치 과잉의 의제-를 제기하면 필패입니다. 이점이 이른바 진보진영의 패배 지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정치는 유한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심리전입니다. 경제 문제를 제기할 때 정치적 결과는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승리하려면 정치가 아닌 경제를 말하면 됩니다. 요컨대 경제를 말하는 것이 정치이며, 경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입니다. 정치를 말하고 정치를 해결하는 건 정치가 아닙니다. 그들-정치가들-의 경제인 것이죠.

다른 예로 작년 2018년 8 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추정가격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하는 정책을 이슈화한 적이 있습니다.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하면 공공기관 발주비가 낮아집니다. 그러면 세금을 아끼게 됩니다. 세금을 아끼는 것은 대중의 처지에선 분배가 개선되는 것이죠. 즉 ‘발주비 계산법 이슈’는 단지 경제 이슈일 뿐만 아니라 첨예한 분배 이슈입니다. 즉 경제적이지만 본질에서 정치적 이슈입니다(참고2)

 

이미지=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청 홈페이지

 

반대로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이 꺾인 시점과 계기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지율이 처음 꺾인 것은 작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인도와 베트남에서 잇따라 미팅한 후부터 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씨를 만난 것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에 친시장적이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뜻일 겁니다. 이는 언뜻 대중의 이해와 일치하는 듯 보입니다. 경제적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딴 데 있습니다. 현상적으로 경제적이지만 본질에서 분배에 대한 고려가 부재한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즉 대중 입장에서는 ‘경제적이지만 본질에서 정치적인 이슈’ 가 아닌 의제, 즉 비정치적 의제가 됩니다. 당연히 대중은 반발합니다.

왜 이런 행보를 벌일까요? 대중이 요구하는 “젖”을, <분배>가 아닌 <경제회복>만으로 오해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벌어질까요? 국정 철학의 빈곤때문이 아닐까요?

요컨대 대중이 요구하는 ‘젖’은 단순한 경제회복이 아니라 ‘적극적인 분배 그리고 정의로운 분배에 대한 요구’입니다. 이 점을 정치인들은 파악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정치적 승리, 말하자면 지지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치의 본질: 정치는 경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다

정치인이 대중에게 제기하는 의제는 늘 ‘경제문제’여야만 하고 경제적 의제 속에 정치적 의도를 가려야만 합니다. 이는 정치의 본질이 그렇기도 하며 정치적으로 승리를 얻는 방법으로써도 그렇습니다. 이는 전술적, 정치공학적으로 말하면 삼십육계 중 제1계 ‘만천과해(瞞天過海)’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만천과해란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다”라는 뜻입니다. 준비가 주도면밀하게 갖추어지면 오히려 방심이 발생해 항상 보는 일상적인 것에 의심을 하지 않게 되며, 이것을 이용하여 적을 속이는 것입니다. 당나라 고구려 원정 당시 당 태종이 바다를 두려워해 승선을 거절하자 당나라 장군 장사귀가 배에 흙을 깔아 육상처럼 꾸며 황제를 속여 승선시켜 바다를 건넜다는 고사에서 연유했다고 하죠.

요컨대 ‘경제적이지만 본질에서 정치적인 이슈’ 를 제기해야만 정치인은 승리를 축적합니다. 그래야 승점이 쌓이게 되어있습니다. 승점이 축적되면? 결국에는 양질 전화(양적 축적에 의한 질적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양적 변화가 어떻게 축적되지 모르면 갑작스런 질적 변화만 보고 “정치적 이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축적되는 ‘양’을 주시하면 ‘질’은 쉽게 예측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혹은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핵 문제만 집중하는 것처럼 비추인다면 역효과입니다. 왜냐하면, 대중들에게 이 문제가 ‘경제적이지만 본질에서 정치적인 이슈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에겐 자신의 눈앞이 급하고 이를 위한 분배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적 이슈는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처리하고 ‘경제적이지만 본질에서 정치적 이슈’를 공세적이고 공공연하게 처리할 때 대중은 신뢰하게 됩니다. 즉 민심을 얻게 됩니다.

다소 지난 글이지만 이와 관련해 좋은 텍스트가 있습니다. 예전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아래 김현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이 쓴 글입니다. 이글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로 읽으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글만 잘 곱씹어 읽어도 정치적 승리 방법론에 대한 해답이 보일 것입니다(링크 기사: 

서두에 거론한 장하준 교수는 링크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경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링크

참고1 : 장하준 교수-Q. 문 대통령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조언은 “자린고비 경제 그만…복지재정 확 늘려라” [세계 지성과의 대화 ③], 경향신문

참고2:젖 달라는데 책 읽어주는 대통령, 오마이뉴스 

참고3: 공공건설 원가공개’ 이재명 선전포고..건설업계 “得 보다 失 커”, 뉴스1

 

김진욱 ■기술자문/ 투와캠프 대표